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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거슬러 온 향긋하고 깊은 ‘한국의 전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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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고진경 기자=일본에는 사케가 있고 프랑스에는 와인이 있듯이 우리나라에는 고유의 전통주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탁주와 약주, 소주 세 종류의 술이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왔는데 이중 탁주의 역사가 가장 길다.

전통주란 지역별로 오래 내려오는 제조 방법을 이용해 만든 술이다. 전통주 이름 앞에 지역명이 붙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역에 따라 멥쌀과 찹쌀, 보리, 조, 기장, 수수 등 다양한 곡물을 이용해 술을 빚는다. 같은 쌀이라도 만드는 방법에 따라 맛과 향이 천차만별이다.

그중 전통 소주는 쌀과 보리를 주 원료로 한다. 소주는 오늘날 가장 대중화된 술인데, 전통 소주는 발효와 증류, 숙성을 거쳐 만드는 재래식 고급 소주다.

약주류는 백미와 찹쌀을 발효한 술덧을 여과해 맑게 거른 술을 말한다. 리큐르주는 향약재나 과실이 들어가 독특한 향이 난다.

이밖에도 전통주의 종류에는 혼성주와 과실주 등이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앞서 소개한 세 가지다.

오늘 교양공감에서는 세월을 거슬러 지역을 대표하는 술로 자리 잡은 전통주에 대해 소개한다.

 

■ 김포 문배주

문배주의 이름은 향긋한 문배 특유의 맛과 향이 난다고 해서 붙여졌다. [문배주양조원 홈페이지 갈무리]

국가무형문화재 제86호로 지정돼 있는 문배주는 대표적인 전통 소주다. 일반 배보다 훨씬 진한 문배의 향이 난다고 해서 문배주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문배주에는 문배나무의 과실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조와 수수의 배합비율을 맞추고 적정 온도에서 발효해 향긋한 문배 특유의 맛과 향을 내는 것이다.

문배주는 고려 때 태조 왕건에게 진상될 정도로 맛이 좋은 술이었다. 왕가에서 민간으로 알음알음 전해지던 문배술 제조법이 복원돼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문배주는 원래 북한 평향 인근에서 마시던 향토주였다. 한국 전쟁 발발 이후 양조장이 남한으로 옮겨져 지금은 경기도 김포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00년과 2007년 1, 2차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올해 남북정상회담자리에서도 공식 만찬주로 상 위에 올랐다.

알코올 도수는 40도로 낮지 않은데 곡식 이외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아 목 넘김과 향이 매우 깔끔하다. 나무의 숙성된 향과 시원한 향 때문에 차가운 냉채류와 잘 어울린다.

 

■ 서천 한산소곡주

소곡주는 누룩을 적게 사용해 목넘김이 깔끔하며 단맛이 강하게 난다. [녹천주조장 홈페이지 갈무리]

한산소곡주를 만드는 삼화양조장은 충남 서천군에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빚어야만 한산소곡주 특유의 깔끔하고 달콤한 향이 살아난다고 하는데, 이는 한산 지방의 암반수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산 지방의 물은 염분이 없고 철분이 들어있어서 물맛이 독특하다. 이외에도 찹쌀, 콩, 생강이 주 원료로 쓰인다.

소곡주라는 이름처럼 누룩을 적게 사용해 텁텁함이 덜하고 달콤한 향과 맛이 난다.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매콤한 볶음 요리와 잘 어울린다.

도수는 18도로 문배주와 비교해 훨씬 낮다. 맛이 뛰어나 한번 마시면 취할 때 까지 먹게 된다고 하여 낮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앉은뱅이 술로 불린다.

한산소곡주도 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한중일 3국 정상 회의 공식 만찬에서 만찬주로 쓰였으며 최근에는 청와대의 대통령 추석선물세트로 이용되고 있다.

 

■ 면천 두견주

진달래꽃이 들어간 두견주는 꽃향과 단맛이 조화로운 전통주다. [네이버 지식백과 갈무리]

두견주는 두견화라 불리는 진달래꽃이 들어가 봄의 향기를 담고 있는 술이다. 문배주와 함께 남북정상회담 공식 만찬주로 선정돼 한동안 품절 대란이 일기도 했다.

밑술을 빚는 날부터 완전히 숙성이 끝날 때까지 100일이 걸려 백일주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 재료는 찹쌀과 누룩, 진달래꽃으로 일반 곡주와 달리 신맛과 누룩냄새가 거의 없고 단맛이 강하다. 숙성된 진달래꽃의 풍부한 향이 주는 여운이 일품이다.

1000년의 시간 동안 이어져 온 명맥을 인정받아 경주 교동법주, 문배주와 함께 국가무형문화제 제86호로 지정돼 있다.

술의 색은 연한 황갈색을 띄며 손으로 만지면 약간 끈적거릴 정도로 점성이 있다. 도수는 21도로 낮은 편이다. 주로 진달래꽃을 넣은 화전과 함께 마신다.

 

■ 안동소주

특유의 풍미가 매력적인 안동소주는 45도의 높은 도수를 자랑한다. [네이버 쇼핑 갈무리]

예로부터 이름 있는 가문에서는 저마다의 비법으로 소주를 빚어 마셨는데, 안동소주는 그중에서도 뛰어난 맛으로 이름을 떨쳐 오늘까지 전해지고 있는 전통주다.

숙성 기간이 길어 45도라는 높은 도수를 자랑한다. 술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마시기에는 센 술이다.

도수는 높지만 숙취가 적고 술이 빨리 깨는데, 이는 안동소주가 순곡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안동소주는 여러 번 반복해 증류시키기 때문에 불순물이 완벽하게 제거된다. 따라서 오래 보관할수록 풍미가 더욱 좋아진다.

만드는 재료는 매우 단출하다. 깨끗한 물과 누룩을 만드는 밀, 고두밥을 만드는 멥쌀이 전부다. 들어가는 재료가 간단한 만큼 맛도 깔끔하고 뒤끝이 개운하다.

명절이나 차례 등 집안 행사에도 많이 사용되는데 차례상의 음식과 궁합이 좋다.

 

■ 경주 교동법주

교동법주는 맑고 투명하며 곡주 특유의 냄새와 단맛, 신맛을 함께 지니고 있다. [네이버 쇼핑 갈무리]

교동법주는 신라의 비주라 일컬어지는 술로, 경주 최씨 문중에 대대로 전수되어 온 비법주다.

맑고 투명하며 곡주 특유의 냄새와 단맛, 신맛을 함께 지니고 있다.

마시는 방법과 예절이 까다로워 법주라는 이름이 붙었다. 모든 원료가 재래종이고 만드는 방법과 사용하는 용구도 옛것 그대로다. 모든 과정을 손으로 직접 하는데, 술을 빚는 데에는 약 100일이 걸린다.

교동법주는 토종 찹쌀과 물, 밀로 만든 누룩으로 빚는다. 물은 사계절 내내 수량과 수온이 거의 일정한 집안의 재래식 우물물을 끓여서 사용한다.

그윽한 향과 부드럽고 깊은 맛이 교동법주의 가장 큰 특징이다. 순하고 부드러워 과음을 해도 숙취가 없다.

술의 빛깔은 등황빛으로 곱고 맑다. 육포나 견과류와 같은 가벼운 안주거리와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