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공지사항

    [생의 한가운데] 세시와 전통주
    우리민족은 설날이면 여러 가지 세시 풍속이 있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예전에는 정성껏 세주(歲酒)를 빚고 복조리를 걸어 두었으며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차례를 지내고나면 집안 어른과 동네 어른께 세배를 하였다. 그리고 연을 날리기도 하고 팽이치기도 하면서 명절을 보낸 기억이 있다. 지금은 주변에서 역귀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명절 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려고 공항이 북적거리고 있다. 참으로 세상이 많이 변했다. 우리 민족의 세시를 살펴보면 먼저 농경사회의 근본인 파종과 수확의 농경세시, 하장동저의 음식세시, 하선동력의 계절세시, 남주북병(南酒北餠)의 지역세시등이 있는데 남주북병이란 남쪽에서는 술을 잘 빚고 북쪽에서는 떡을 잘 만들어 먹는다는 뜻이라 한다. 우리의 옛 조상들은 계절마다 생산되는 재료로 술을 빚어 의미를 부여하면서 음용해왔다. 해마다 이때쯤이면 세주(歲酒)라 하여 고려 때부터 설날에는 도소주를 만들어 마셔왔다한다. 또 정월 보름에는 귓병이 없고 좋은 소식을 듣는다 하여 이명주를 꽃피는 삼월에는 두견주,도화주,이강주를 청명일에는 청명주, 단오절에는 청포주, 백중일에는 농주, 중추절에는 신도주, 구월에는 국화주, 시월에는 청주를 빚어 음용했다한다. 술의 기원은 정확하게 추정하기가 어렵고 원숭이가 과일을 저장하여 자연발효된 것을 인간이 발견하여 발전 시켰다는 설도 있는데 근거가 없다. 술의 유래도 중국에서 전래되었다는 추측일 뿐이고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고삼국사기(古三國史記)에 주몽의 건국담 중에 술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술의 어원도 곡물과 누룩의 발효과정에서 물이 끓는 현상을 보고 수불,수블,수울,수을,술로 변하였다고 추측할 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술의 역사는 기록으로 볼 때 삼국시대부터이다. 삼국시대에는 발효식품의 기술이 발달하여 술이 소금과 함께 죽순이나 채소의 절임용도에도 사용되었다고 하며 고구려 여인이 빚은 곡아주는 중국에까지 알려졌으며(太平御覽), 백제의 쌀로 빚은 양조기술이 일본에 전해졌다고한다(일본의 고사기). 또 고려시대에는 술의 종류가 다양화 됨에 따라 양조기술이 발달하였으며 특히 원나라에서 증류법이 도입되어 양조문화와 음주문화가 변화를 가져왔으며 청주,탁주,소주,과실주외에 생약제를 이용한 약주와 꽃의 향을 가미한 가향주등으로 발전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고려 말에 정착된 증류기법과 양조기법의 발달로 중양주와 혼양주기법이 등장하는 등 전통주의 전성기라 할 수 있으며 각 지방마다 또는 집안마다 가전비법(家傳秘法)으로 빚어진 명주들이 즐비하였고 일본과 중국 등에 수출하여 국제화가 되었다. 또 추수가 끝나면 고을마다 술빚는 풍경이 시인 묵객들의 작품소재가 되었다. 그러다가 을사조약이후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면서 1907년 조선총독부에의해 주세령이 공포 되면서 우리의 전통주와 토속주가 말살되어 1982년 전통주란 이름으로 부활하였다. 우리나라의 전통 양조법은 계절풍과 고온다습한 자연환경에 따른 곰팡이를 번식시킨 누룩을 이용한 당화 발효법으로 서양의 효모와 효소를 이용한 양조법과 다르다.
    우리는 일상에서 술을 떼어 놓을 수 없다. 요즈음은 각종 모임,기념식,송별식등 다양한 행사에서 건배주를 하고 건배사를 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다. 양조기법에 있어서도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계량화, 표준화를 위한 희석식 주류가 대다수다. 다행히도 요즈음은 정부의 문화재 정책과 전통을 지키고 계승하려는 단체와 모임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전통주도 상당수가 복원,재현되었다. 우리지역에도 이강주,팔선주,송순주,죽력고,송화백일주,호산춘,송죽오곡주등이 있으며 최근 오디주와 복분자주도 각광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음주문화이다. 언제부터인가 회오리주,폭탄주,원샷,후례삼배 등 족보에 없는 용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또 요즘 보도 되고있는 대학생들의 폭주 행태도 바뀌어야 한다. 술은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풍류이다. 옛 선비들은 술을 경계하기 위하여 계영배(戒盈杯)란 술잔을 만들어 사용했다. 우리도 건전한 음주문화로 한 박자 쉬어가며 세시에 맞게 전통주를 한 번쯤은 접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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