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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규제와 자가양조
    전통주 소비가 아직 많지 않지만 지난 1995년 ‘자가 양조(自家 釀造)’를 허용한 이후에 변화의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신세대들도 미약하지만 막걸리 팬덤이 일부 생기는 분위기다. 막걸리는 최근 몇 년 동안 수출이 줄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늘고 있다. 지난해 1~3분기(2674억원)는 전년보다 11.6% 증가했다.

    엄밀히 막걸리는 주세법 상 전통주가 아닌 ‘전통주 등’에 속한다. 전통 누룩이 아닌 입국을 사용하는 약주, 증류소주 등 총 8종이 해당한다.

    가양주라 해서 집집마다 막걸리 등 그 많고 다양한 우리 술이 지금은 쪼그라든 데는 오래된 규제의 역사 때문이다.

    일제 치하에서는 일본이 세수 확보를 위해 막걸리 억제정책을 실시했다. 일제는 자가용 술, 판매용 술을 가리지 않고 면허제를 시행했고 1916년에는 양조장 판매용 술보다 자가용 술에 더 높은 세금을 매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조선에서 자가 술 제조 면허를 받은 사람이 1910년 36만6700명에서 26년 13만1700명으로 급감했다. 1932년엔 단 1명만 허가를 받더니 1934년에는 아예 자가 술 제조 면허제가 폐지됐다.

    막걸리 등 다양한 우리 술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후 광복을 했지만 쌀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만든 1965년 양곡관리법에 따라 쌀로 술을 빚을 수 없었던 30년의 기간도 있었다.

    이 같은 우리 술 사례는 ‘규제는 만들어지기 쉬어도 부정 영향은 복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시사점이 있다.

    최근 ‘금융 규제’와 관련해 은산분리와 핀테크가 큰 이슈다.

    은산분리는 재벌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만든 좋은 의미의 제도적 장치다. 이를 인터넷전문은행에도 적용하다 보니 증자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해 사업확대의 필수인 대출자산 확대에 걸림돌이 생긴다.

    인터넷 은행의 메기효과를 가져오기도 전에 기존 은행 체제가 고수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은산분리의 취지는 살리면서 인터넷 은행에 적합한 최소한의 규제를 실시하는 게 합당해 보인다. 즉 인터넷 은행의 사업 여건은 만들어주면서 대주주인 KT, 카카오 등이 사금고화를 못하도록 대출 제한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아직은 도입초기인 만큼 인터넷은행의 차별점, 은행 전반에 변화 유도, 고객 이득 등을 따져 ‘선 완화, 사후 규제’ 방식으로 규제의 강도를 조절할 방법도 있을 것이다.

    지난 6월 기획재정부 주도의 민관합동혁신성장본부는 규제완화의 핵심과제 중 하나로 핀테크를 꼽았다. 인터넷은행, 전자결제 및 송금 등 IT와 금융이 만나는 융합형 신사업 핀테크는 자율과 자기책임, 사후규제 관점에서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디지털 금융을 최우선 경영 과제로 정한 기존 은행에도 궁극적으로 이롭다. 은행도 다름아닌 핀테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규제는 우리 술의 지나온 길과 자가 양조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가 말한 “Banking is necessary. Banks are not.(‘은행 서비스’가 필요한 것이지 은행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의 의미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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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서울파이낸스(http://www.seoul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