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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향’ 품은 제주 전통주 명맥 잇는다





    제주 고소리술은 ‘모향주(母香注)’다. 옛 제주 어머니들은 밤새 불 앞에 쪼그리고 앉아 고소리에서 ‘살그랑 살그랑’ 한 방울씩 떨어지는 술을 허벅에 받아 고소리술을 빚었다. 동이 틀 무렵 방에 들어가 누우면 몸에서 술 냄새가 퍼져 나왔다. 그래서 김희숙 ‘제주 고소리술 익는 집’ 대표는 어머니의 향을 잊지 않기 위해 4대째 옛 방식 그대로 제주 고소리술을 담그고 있다.

    ▲우리나라 3대 명주

    제주 고소리술은 과거 개성소주, 안동소주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주’로 명성이 높았다.

    우리나라에 증류식 소주 기법이 들어온 건 고려 말 몽골 지배기 때다.

    당시 몽골은 과학 문명이 발달한 페르시아 지역을 침략하면서 증류 기법을 배운 후 우리나라 주둔지였던 제주와 개성, 안동에 이를 전수했다. 세 지역의 소주가 3대 명주로 이름나게 된 이유다.

    3000~4000년 전 탐라국 시대부터 집집마다 탁주를 담가 마셨던 제주는 증류 기법을 통해 고소리술을 빚어냈다.

    김희숙 대표는 “탐라국 시대부터 내려온 방식으로 오메기술을 제조하고, 고려 시대부터 시작된 증류 기법으로 고소리술을 담그고 있다”며 “제주 전통의 원형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방식 그대로

    제주 고소리술 익는 집은 오직 제주에서 자란 재료만을 이용해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고 있다.

    제주산 보리와 조를 삶아 지은 고두밥에 옛 방식으로 발효한 누룩을 섞어 물과 함께 항아리에 넣어 발효한다.

    발효가 끝난 술을 정성껏 떠내면 탁주인 오메기술이 완성되며, 오메기술을 가마솥에 넣어 ‘고소리’를 통해 증류한 후 다시 2년 간 항아리에서 저온 숙성하면 고소리술이 된다.

    김 대표는 “오메기술을 담금질해 만든 청주를 가마솥에 넣어 불을 때면 물의 끓는점보다 낮은 78도씨에 술이 끓어 기체가 된다”며 “김이 새지 않게 연결한 고소리 안에 찬물을 넣어 증류하면 술이 끓어 발생한 기체가 다시 액체로 변해 고소리 코로 한 방울씩 내려온다. 이게 바로 전통 방식으로 빚은 고소리술”이라고 말했다.

    ▲4대째 내려온 책임감

    제주 고소리술 익는 집의 제주고소리술과 오메기맑은술은 지난해 제주도로부터 ‘제주특별자치도 우수 제품 품질인증(이하 JQ)’을 받았다.

    또 올해에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는 등 전통주 계승 노력과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제주 고소리술 익는 집의 전통주 명맥 잇기는 4대째 내려오고 있다.

    김 대표의 시할머니인 故 이성화 할머니(1888~1989)는 성읍민속마을에 주막을 차려 고소리술을 제조했다.

    이후 며느리인 김을정 할머니(93)가 고소리술 제조법을 고스란히 전승받아 제주도 무형문화재 제11호 고소리술 기능보유자로 지정받았으며, 현재는 김 할머니의 며느리인 김희숙 대표가 고소리술 전수교육 조교로서 고소리술의 가치를 계승하면서 아들인 강한샘씨에게 전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술은 술 빚는 사람의 마음을 닮는다. 그래서 제주 고소리술 빚는 집은 공장이 아닌 자연에서,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만든 술을 빚어내는 게 원칙”이라며 “전통 방식으로 사람이 만든 고소리술이 다시 우리나라 3대 명주로서의 명성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 김희숙 제주 고소리술 익는 집

    “제주인 먹여 살렸던 자양분이자 젖줄”

    “제주 고소리술은 제주도민을 먹여 살렸던 자양분이자 젖줄입니다”

    김희숙 대표에게 고소리술은 어머니와 할머니의 삶이 그대로 녹아있는 역사 그 자체다.

    김 대표는 “옛날 제주에는 먹을 게 귀했다. 육지와 단절돼 있어 밭농사와 물질로 자급자족해야 했다”며 “돈이 없으니 옛 제주 어머니들은 밤늦도록 고소리술을 담가 오일장이나 술 상회에 팔았다. 그 돈으로 먹을거리와 가재도구를 샀고, 아이들에게 학용품도 사줬다”고 회상했다.

    이어 “새벽녘까지 졸다 깨다를 반복하며 고소리술을 담그고 방에 들어와 주무시는 어머니를 끌어안으면 술 냄새가 났다”며 “어머니의 몸에 배인 술 냄새에는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지극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처음 고소리술을 계승할 때만해도 남이 알아주지도 않고 생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왜 혼자 고생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생하며 살다 간 우리 어머니들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제는 다행히도 많은 젊은이들이 제주 전통주에 관심을 갖고 전수받으러 오고 있다”며 “제주인의 삶과 정신, 전통, 그리고 자존심을 잃지 않도록 전수자들과 심기일전해 전통주를 계승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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