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온 북유럽 출신 디자이너 2명
전통주 15종 마시며 매력에 빠져
담양 ‘추성주’ 레이블 새롭게 바꿔
“선비와 자연을 콘셉트로 잡았죠”
이 새로운 레이블을 디자인한 이들은 핀란드 출신 밀라(Milla Niskakoski·29)와 노르웨이 출신 앨런드(Erlend Storsul Opdahl·26)다. 본국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한 두 사람은 아시아문화권 경험을 위해 2011년과 2013년에 각각 홍익대 국제디자인 전문대학원으로 유학 왔다. 졸업 후 1년 간 한국 기업에서 함께 근무했고, 올해 2월 또 다른 대학원 동창 조수아(31)씨와 디자인 사무실 ‘아몬드 스튜디오’를 냈다. 추성주는 이 팀이 맡은 두 번째 작업이다.
한국문화에 아직 낯선 이들에게 전통주와 선비, 추성주의 특징을 설명해준 사람은 홍보·마케팅 업체 PR5번가의 이지민(38) 대표다. 2014년부터 전통주를 소개하는 웹 콘텐트 ‘대동여주도(酒)’ ‘니술냉가이드(언니들의 술 냉장고)’를 제작·운영하고 있는 전통주 전문가다.
“오래된 양조장들은 영세해서 병 디자인에 돈 쓸 여유가 없어요. 별 수 없이 플라스틱 공병에 조잡한 레이블을 붙여 쓰다보니 ‘전통주=싸구려 술’이라는 편견이 생길 수밖에요. 도자기 병은 무거워서 서빙하기 힘들고 테이블을 긁어서 상처만 만든다고 식당·바들이 꺼리죠.”(이지민)
“한국에는 소주·맥주·폭탄주 세 가지 술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맛·향·도수·재료가 다양한 술이 있다니 깜짝 놀랐죠(웃음). 나처럼 전통주를 잘 몰라도 ‘저 병에 담긴 술은 무슨 맛일까?’ 호기심 생기는 레이블을 만들어야지 욕심이 생기더군요.”(앨런드)
“선비들이 자연과 교감하며 마신 술이라는 걸 두 사람에게 알려주기 위해 술병을 들고 한강 둔치에 나가 마시기도 하고, 수묵화를 보여주며 먹이 천천히 번지는 모습과 선비들의 옷차림을 설명하기도 했죠. 디자인은 스토리와 필링(느낌)이 중요하니까요.”(조수아)
네 사람은 밀라가 핀란드로 휴가를 다녀온 3주 후부터 의기투합해 또 다른 전통주 레이블 디자인에 도전할 예정이다.
“술과 음료는 병 모양과 레이블 디자인이 아주 중요해요. 코카콜라는 병 모양과 레이블만 봐도 그 맛을 떠올릴 수 있거든요. 한국의 전통주는 개성도 다양하고 스토리도 풍부해서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자극하죠. 디자인할 맛이 난달까.”(앨런드)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