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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술’
    우리 한민족은 예로부터 술을 사랑했다. 집집마다 빚은 술을 이웃과 나누며 울고 웃었던 역사가 자그마치 반만년이다. 발효, 증류, 지난한 기다림 끝에 만들어진 전통주는, 그 복잡한 제조법만큼이나 얽힌 스토리도 다양하다. 우리 민족이 가진 질곡의 역사를 살아서 증명하는 존재랄까. 이번 시리즈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전국 각지의 전통주를 마셔보고 품평하는 별 수고롭지 않은 기획이다. 단연코 본 에디터가 취재를 빙자해 술을 마시기 위한 목적이 아님을 밝혀둔다.








    여느 때처럼 소주와 맥주를 연달아 목구멍으로 넘기기 바쁘던 그 어느 날 밤, 일순간 의구심이 피어올랐다. 우리는 대체 언제까지 이다지도 한정된 주종(酒種)에 갇혀 진정한 끽음(喫飮)의 재미를 모르고 살아가야 하는가.





    그렇게, 재미를 찾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술을 마시면서 새로이 얻어지는 미각의 즐거움과 술이 간직한 역사와 숨은 뒷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빚어내는 향연을 상상했다.

    무엇보다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고 보편적이지 않은 술이라면 그 재미는 더욱 증폭될 것이란 생각에 다다른다. 멀리서 찾지 않기로 했다. 전국 방방곡곡 양조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전통주를 먼저 섭렵해보는 거다. 그런데 전통주라고 하면...





    경기 포천의 산사원. (사진: 배상면주가)



    어렴풋이 스치는 약방의 향기. 코끝을 간지럽히는 풀내음. 씁쓸함과 쌉쌀함 어딘가를 오가는 산미. 의관을 정제하고 허리를 꼿꼿이 펴야 할 것만 같은, ‘에헴’하는 추임새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고루하고 편리하지 않으며 낯선 이미지다. 어떻게 만드는지도 잘 모르겠고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 사듯 쉽게 구하기도 어려우며, 이름도 대개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올드함을 사랑하는 이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술을 즐기는 이들로 기준을 한정하면 그 비율은 더욱 치솟을 것이라 단언한다. 스스로 최신 트렌드에 편승할 마음도 (혹은 도리도) 없는 술이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이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전통이라고 해서 무조건 떠받들어야 하고 산소 호흡기를 달아서라도 살려나가야 한다는 숭고한 생각 따위는 없다. 그런 부분은 맛과 앎의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자연히 따라올 거다. 아니어도 할 수 없고.



    (사진: 한국관광공사)



    그렇게 매주 1가지 전통주와 오붓한 만남을 가져볼 계획이다. 그 만남을 위한 물리적 공간과 시간, 간 건강이 허락한다는 전제 하에. 혹여 참여할 의향이 있다면 본 에디터에게 메일을 주시라. 사진 첨부(스노우 불가)는 필수다.

    그런데, 그렇잖아도 매일 술을 마시는 주제에 술에 대한 이야기를 술을 마셔가면서까지 해야 하느냐고? 솔직히 여러분들은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서 먹기도 하잖은가?

    아, 참고로 광고·협찬 그런 거 없다. 요즘 유행하는 ‘내 돈 주고 사 먹은 리뷰’와 같다고 보시면 된다.(물론 추후 변동의 여지가 아주 없지는 않음)

    앞으로 만나게 될 전통주와 이 시리즈를 탐독해주실 여러분들에게 행복과 평화가,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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