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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세청의 k-Liquor 해외진출 지원 환영한다


    국세청은 4월 11일 ‘K-Liquor 수출지원협의회’를 출범하고 제1차회의를 개최했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대한민국 술의 해외진출을 위한 민·관 합동의 협의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으로 ‘K술’브랜드 화와 수출지원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오랜만에 국세청이 한건(?) 올린 것 같다는 생각이다. 국내 주류업계도 쌍수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세청이 민·관 합동의 ‘K-Liquor 수출지원협의회'를 발족해 막걸리수출협의회 박성기 회장과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을 공동단장으로 해외정보수집, 수출노하우 공유, 교육‧기술지원을 핵심 과제로 추진키로 한 것은 보기 드문 지원행정이다. 우리나라 외식경영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와 국산 위스키 개척자 위스키증류소㈜ 김창수 대표이사, 우리 술의 국제적 브랜드 개발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는 우리술 문화원 이화선 원장이 자문단으로 가세한 것은 제대로 준비한 느낌이다. 또 주류 수출 선도기업과 관련 협회, 유관기관이 총출동함으로써 우리 술 수출지원에 추진동력을 높인 부분도 칭찬할만하다.

    국세청이 모처럼 적극적인 지원행정으로 점수를 따긴 했으나 다소 미흡한 부분과 누락된 핵심내용과 방향성도 되짚어보아야 할 곳이 눈에 뛴다. 미흡한 부분은 MZ세대의 소비성향에 너무 편중된 느낌이다. 특히 세계주류시장에서 인기를 높이기 위해 오크향을 입히자는 발상은 너무 나간 감이 있다. 한식에도 외국인들의 취향에 맞게 맛을 입힌 ‘퓨전한식’이 한식의 세계화에 기여한 바도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세계화한다는 명분으로 우리고유의 전통방식을 버리면 한식이 아닌 것이다. ‘퓨전 K술’을 만들자는 발상도 마찬가지다. 막걸리나 소주를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오크향을 입히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보장도 없다. 오크향 나는 막걸리는 한국의 전통주일까? 우리술을 세계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근본을 잊어버리게 하는 ‘퓨전(fusion)’까지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우리만의 향과 풍미를 간직한 우리 전통주 그대로를 세계에 알리고 우수성을 입증하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오크통 숙성이 아닌 우리 고유의 숙성방식도 훌륭하다.

    세계인의 입맛에 맞추어야 한다는 취지이겠지만 우리의 전통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야 한다. 대통령의 건배주에 우리의 전통주가 등장하듯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주요행사의 축하 자리에 우리 전통주가 자리 잡도록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만찬에서 사용한 건배주도 순수한 우리기술로 개발한 우리 술 이었다. △샤토미소 로제스위트 △경기도 양주의 '벌꿀 허니문' 와인 △제주도의 '니모메' △전북 무주의 '붉은진주 머루'와인 △강원 홍천의 '너브내 스파클링 애플 라이트' △경남 사천의 참다래 와인 '3004' 등 6종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각각 취임식에서 청도 '감그린 와이스 와인'을 건배주로 선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만찬을 생략한 대신 2017년 국내 기업인들을 초청한 청와대 '호프미팅'에서 중소기업 세븐브로이의 수제맥주를 공식 만찬주로 선정해 의미를 부여했다.

    와인이나 삼페인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풍미와 품격을 갖춘 우리의 전통술이다. 민속주로 대를 잇는 술도 있고 비교적 최근에 전통주 장인들의 노력으로 새로 숙성된 술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식재료를 이용한 우리의 숙성기술이라는 특징으로 전통주 내지는 민속주의 지위를 얻고 있는 우리의 술이다. 대통령취임을 축하하는 건배주로 선정된 영광을 누렸음에도 영세한 제조업체들은 특수를 누리지 못했다. 제품을 홍보할 비용도 마케팅 전략도 부족한 영세업체였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진짜 절실한 지원이 무엇일까? 각종 국제행사에 우리의 술이 초청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또 K주류박람회라든지 우리 전통주를 알리기 위한 세계적 행사를 기획하고 영세주류제조업체들이 비용 없이 초청되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야한다.

    다음으로는 우리 술의 우수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이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줘야 진정한 지원이 된다. 술은 맛과 풍미가 중요하지만 알콜의 폐해를 줄이는 건강이 점차 중요한 포인트로 되어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우리 술 해외 진출을 위한 민관협의회’에 의료계전문가가 빠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의 'K술‘에 대한 성분분석과 발효과정에서의 독특한 효능 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알리는 역할이 아쉽다. 막걸리의 누룩과 발효로 인한 유효성분에서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백세주의 각종 한약제 성분이 발효과정에서 어떻게 유효성분이 되고 인체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검증하는 것이 먼저다.

    알콜이 인체의 각 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연구가 진행된 상태다. 알콜이 인체에 유해하지만 ‘K술’은 어떻게 다르고 알콜의 피해를 예방하거나 줄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청도의 '감그린 와이스 와인'은 홍시로 빚어 알콜에 의한 숙취가 없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양주의 ‘벌꿀 허니문’은 단맛과 향이 일품이다. 우리가 숙취해소용으로 꿀물을 먹는 것을 보면 뭔가 있을 것이다. 경남 사천의 참다래 와인인 '3004'는 술 냄새가 안 난다고 한다. 그런데 의학적으로 입증된 근거는 하나도 없다.

    증류식 소주인 안동소주(경북 안동), 삼해소주(서울), 남한산성소주(경기도 광주)등 다양하며 약소주로는 감홍로 (파주시), 죽력고 (정읍시), 추성주 (담양군), 홍주 (진도군), 이강고 (전주시)등이 있으며 수수로 만든 문배주도 알아준다. 다양한 재료와 다양한 숙성방법 및 제조비법에 따라 다양한 우리 전통주가 혈관건강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뇌 건강은 물론 오장육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술들과 비교할 때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등에 대한 자료를 토대로 세계인들에게 어필할 방법을 먼저 찾아야한다.

    실제로 최근 국내 전통주 및 중소규모 주류제조업체 10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3.4%가 주류 수출을 희망하고 있으나 인프라 및 네트워크 부족 등으로 수출 활로 개척에 한계를 느끼고 있으며, 가장 큰 어려움은 △해외시장 정보 부족 △수출관련 노하우 부족 △해외 공신력을 뒷받침할 국가적 지원 부재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마저도 중요한 건강 포인트를 놓치고 있다. 과학적으로 건강에 좋은 점만 부각된다면 해외공신력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이왕지사 시작한 해외진출 프로젝트인 만큼 좀 더 확실히 하자는 취지이다. 국세청이 만든 ‘K-Liquor'의 △업계의견 청취 △해외정보수집 △수출노하우 공유 △교육·기술지원 등 4개 조직에서 과학 및 건강을 연구하고 데이터를 만들어줄 조직을 만들었으면 싶다. K-POP, K-culture, K-food가 세계를 휩쓸듯이 ‘K-Liquor'가 세계인의 술 취향을 바꾸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다만 세계화를 명분으로 우리의 전통이 상실된 ’퓨전 K-Liquor’를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우리 전통주를 MZ세대의 입맛과 취향을 겨냥하느라 전통을 무시한 기성품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전통주에서 전통을 훼손시키면 무엇이 남나? 세계화에 반드시 ‘퓨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궁여지책(窮餘之策)보다는 원칙과 전통이 더 중요한 가치라 확신한다. 지구상 모든 주당들의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K-Liquor'" 떼창을 기다리게 된다.


    [국세청 제공]
     

    최찬희 선임기자 chc6116@sejungilbo.com

    출처 : 세정일보 [세정일보] 세정일보(https://www.sejun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