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뉴스

    우리 술에 스토리 담으면 세계서도 통해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67CFB9XG5

    ◆한국인 최초·유일 '마스터 소믈리에' 김경문 씨

    美서 10년 노력 끝 최고 자리에

    술맛은 마시는 사람에 달려있어

    소믈리에가 '경청'해야하는 이유

    韓전통주 美 레스토랑 론칭 성공

    사케와 같은 반열 올리는게 목표

    김경문 마스터 소믈리에




    “우리는 그동안 취하기 위해 술을 마셨습니다. 와인을 접해보니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술은 삶을 즐기기 위해 마시는 것입니다. 한 잔을 마셔도 대화의 꽃을 피우고 향과 맛에 취하게 만드는 것, 우리 술이 나가야 할 길입니다.”

    국내 소믈리에 교육을 위해 일시 내한한 김경문(39·사진) 마스터 소믈리에는 15일 서울 북촌로 전통주갤러리에서 서울경제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 술도 고급 음식 문화와 친해질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등학교 때 유학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김 소믈리에는 뉴욕의 요리 학교인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를 졸업한 후 10년의 노력 끝에 2016년 한국인 최초이자 유일의 마스터 소믈리에의 자리에 올랐다. 마스터 소믈리에는 지난 53년간 261명밖에 배출되지 않은 소믈리에 최고의 영예다.

    김 소믈리에는 좋은 술의 기준으로 ‘균형’을 제시했다. 균형이 잘 잡힌 술은 한 잔을 마셔도 부담이 안 되고 계속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는 “알코올과 산미·당도·떫은맛 등에서 어느 하나 모나지 않고 조화로운 맛과 향을 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시대에 따라 바뀌는 입맛을 맞추면서도 전체적으로 균형감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또 있다. 술은 마시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게 느껴진다. 아무리 싼 것이라도 그 맛을 좋아하는 음주가들에게는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술이 부럽지 않다. 소믈리에가 마시는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을 으뜸의 기준으로 삼는 이유다. 김 소믈리에는 “와인을 몰라도 소믈리에는 할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손님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 듣고 싶어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문 마스터 소믈리에


    소믈리에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가 요즘 꽂힌 것은 와인이 아니라 ‘우리 술’이다. 미국에서 한국 술의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2011년 뉴욕 한식 레스토랑 ‘정식당’에서 소믈리에로 활동할 때의 일이다. 한 외국인 손님이 한국 음식에 어울리는 술이 뭐냐고 물었다. 대답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한국인들이 즐기는 술은 소주와 맥주가 거의 전부였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며 “와인만큼 한국 술도 고급문화와 어울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2019년 ‘KMS Import’라는 한국 전통주 수입 업체를 만든 이유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전통주의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소형 양조장에서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수출은 엄두도 못 낸다. 미국으로 들여와도 판매처가 마땅치 않다. 한인 타운 레스토랑에서는 ‘비싼 한국 술이 팔리겠냐’며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고 한다. 전략을 바꿨다. 일반 레스토랑은 접어둔 채 고급 레스토랑에 집중했고 성공했다. 김 소믈리에는 “손님들에게서 ‘내가 알던 술이 아니네’ ‘고급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한인 타운에도 판매가 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워싱턴DC·시애틀 등 대도시는 물론 캘리포니아주·조지아주 등 15개 주로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그가 바라보는 한국 술의 장점은 깊은 맛이다. 누룩에서 발효돼 나오는 맛은 어느 술보다 깊은 맛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쌀 하나를 원료로 청주와 탁주·소주 등 다양한 종류의 술도 만들 수 있다. 다른 외국 술과 차별화되는 우리만의 스토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과의 페어링도 쉽다. 김치찌개같이 맵고 알싸한 음식에는 이를 중화할 수 있는 막걸리가 잘 어울리고 소주를 마시고 난 뒤에는 맑은 탕이나 국을 마시면 은은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최종 목적지는 한국 술을 ‘사케’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다. 한국 술을 영어로 ‘Sool’이라고 표현한 것도 사케처럼 고유명사화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술을 ‘빨리 마시고 취하기 위한 것’에서 ‘즐기기 위한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소믈리에는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던 술은 힘들고 희망이 필요할 때 마시던 희석식 소주 같은 것들”이라며 “생활이 풍족해지면서 미식이 대세를 타는 것처럼 우리 술도 충분히 즐기고 스토리를 가지는 방향으로 간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267CFB9XG5